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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하에 살면 왜 더 우울해질까? – 빛과 공간이 감정에 미치는 영향

1. 반지하, 단순히 불편한 공간일까?한국에서 ‘반지하’라는 단어는 이제 하나의 상징이 되었다.과거엔 저렴한 주거공간이었지만, 지금은 사회적 계층과 삶의 조건을 보여주는 단어가 되었다.그 인식을 결정적으로 각인시킨 건, 영화 『기생충』이었다.영화 속 반지하 가족은 비만 오면 하수구가 역류하고,창문 밖에는 담배꽁초와 사람 다리만 보인다.거기엔 빛도, 시선도, 바람도 없다.그것은 단지 경제적 어려움이 아니라,감정적으로도 갇혀 있는 공간이었다.이 질문에서 출발해보자."반지하에 살면 정말 더 우울해질까?"이는 단순한 감정 문제가 아니라,공간이 사람의 심리와 행동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여주는아주 구체적인 사례다.2. 빛, 시선, 공기의 방향 – 감정은 건축으로부터 시작된다사람의 감정은 단지 내부에서 만들어..

건축과 사회 2025.06.28

왜 우리는 길을 걷다가 무심코 사진을 찍게 될까? 생각을 품은 도시 풍경의 설계된 장면들(feat.유현준 교수님)

1. 스쳐 지나가던 길에서, 우리는 왜 카메라를 꺼내게 될까?일상 속의 산책길, 카페 가는 골목, 출근길의 횡단보도.우리는 아주 특별하지 않은 순간에 문득 멈춰 서서,사진을 찍고 싶다는 충동을 느낄 때가 있다.그 장면은 광고 촬영처럼 세팅되어 있지도 않고,누가 봐도 유명한 관광지가 아님에도 불구하고,그 순간만큼은 내가 도시의 한 장면 속 주인공이 된 것 같은 감정을 자극한다.왜 그럴까?그건 단순히 풍경이 예뻐서가 아니다.그 장면은 도시가 우연히 연출한 것이 아니라,때로는 아주 정교하게 ‘의도된 구도’의 결과이기 때문이다.2. 유현준 교수는 도시를 ‘연출된 무대’라고 말했다건축가이자 도시공간 이론가 유현준 교수는 그의 책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에서"도시는 무대이고, 사람은 배우다"라고 말한다.도시 공간..

건축과 사회 2025.06.28

버려진 건물에 사람이 모이는 이유 – 낡은 것의 미학과 건축적 장소성

1. ‘쓸모없음’이 사람을 끌어당긴다?사람은 원래 새 것을 좋아한다.깨끗한 벽, 반짝이는 유리, 최신 트렌드가 반영된 카페와 쇼핑몰.그런데 요즘 도시의 핫플레이스는 이상하다.사람들은 오히려 낡고 버려진 공간에 더 모인다.폐공장, 기차역, 창고, 옛 관공서…이제 ‘쓸모없음’이 도시의 새로운 쓸모가 되어가고 있다.이 현상은 단지 유행이 아니다.건축적으로도, 도시적으로도, 그리고 심리적으로도매우 뚜렷한 현상이며 분석 가능한 흐름이다.2. 서울 곳곳의 예시 – 버려졌던 공간에 다시 불이 켜졌다서울에는 한때 사람의 기억에서 사라졌던 공간들이 많다.그러나 몇몇은 새롭게 변했고, 낡음 그 자체로 매력이 된 공간으로 재탄생했다.2-1. 문래창작촌 – 철공소 위에 예술이 피다문래동은 원래 서울의 대표적인 금속·기계 산업..

건축과 사회 2025.06.28

서울 사대문 안의 궁궐, 그 구조가 전하는 왕의 철학

1. 궁궐은 ‘왕이 머무는 집’이 아니다 – 권력이 설계한 도시적 장치서울을 걷다 보면, 뜻밖에 넓은 공간이 갑자기 열리는 순간이 있다.광화문광장 뒤로 펼쳐지는 경복궁, 한옥 지붕이 어지럽게 겹쳐진 창덕궁,정동길 끝에 자리한 덕수궁, 그리고 유난히 조용하고 낮은 담장에 둘러싸인 창경궁.이 네 곳은 모두 서울 사대문 안에 있는 ‘궁궐’이지만,같은 시대에 같은 왕이 사용한 공간이 아니다.궁궐은 단순한 ‘왕의 거처’가 아니다.궁궐은 통치 철학의 표현, 권력의 시각화, 신하와 백성을 향한 메시지다.그 구조는 지극히 계산되어 있고,그 위치는 우연히 정해지지 않았다.사대문 안에만 네 개의 궁궐이 존재했다는 것은단지 실용을 위한 중복이 아니며,정치적 유산, 철학적 갈등, 왕실의 생존 방식이 담겨 있는 결과물이다.이 ..

건축디자인 2025.06.28

오디움(ODIUM) – 쿠마 켄고가 설계한 ‘소리를 위한 건축’

1. 소리를 건축으로 짓는 건축가, 쿠마 켄고건축가 쿠마 켄고(Kengo Kuma)는 일본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건축가다.그는 늘 "건축은 풍경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이 말은 단순한 미학적 수사에 그치지 않는다.그의 건축은 자연에 녹아들되, 자연과 싸우지 않으며,재료 자체의 물성과 감각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존재한다.쿠마 켄고는 시멘트와 유리 같은 무기질 재료보다는나무, 돌, 흙, 종이, 직물 같은 유기적 재료를 주로 사용해왔다.그 이유는 단 하나, ‘감각이 반응하는 건축’을 만들고 싶기 때문이다.그에게 건축은 보는 것이 아니라 느끼는 것이며,공간은 이동의 흐름이 아니라 머무는 공기와 촉감으로 구성되어야 한다.그런 그의 손에서, 서울 한복판에 ‘소리의 공간’을 위한 특별한 건물이 하나 완성됐다.그곳이 바..

건축가 분석 2025.06.27

버스정류장 하나에도 철학이 있다면 – 작은 공간, 큰 의미

1. 우리는 매일 ‘작은 건축물’을 지나친다도시를 걷다 보면 누구나 한 번쯤은 잠시 멈추는 공간이 있다.바로 버스정류장이다.버스정류장은 우리의 일상에 너무도 익숙한 풍경이기 때문에,그 구조물에 대해 깊이 생각해본 사람은 많지 않다.하지만 이 작은 대기 공간에도 도시의 리듬, 사회의 감각, 건축의 철학이 스며 있다.버스정류장은 단순히 버스를 기다리는 곳이 아니다.그곳은 사람이 멈추는 공간, 도시와 접속하는 순간, 공공의 흐름을 정지시키는 장치이기도 하다.그리고 이 작고도 짧은 ‘머무름’을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한 도시가 얼마나 사람을 배려하는가가 드러나기도 한다.2. 정류장은 ‘대기’가 아니라 ‘배려’의 장소다건축가 알바 알토는 "건축은 인간의 행동을 담는 그릇이다"라고 말했다.그 말은 버스정류장처럼 작..

건축과 사회 2025.06.27

이타미 준의 제주 건축, 왜 그는 바람을 따라갔을까?

1. 바람을 건축한 남자, 이타미 준제주도의 돌과 바람, 물, 그리고 하늘.이 풍경을 진심으로 이해하고, 그것을 건축으로 번역해낸 건축가가 있다.그는 일본인으로 태어나 한국에서 삶을 마치고,프랑스 예술문화훈장을 받은 세계적인 예술가이자 건축가 – **이타미 준(伊丹潤)**이다.이타미 준은 2000년대 초반 제주도에 일련의 건축 작업을 남기며,‘한 건축가가 하나의 섬을 품은’ 드문 사례로 평가받는다.그의 건축은 제주도에서만 가능한 자연과의 대화를 통해,공간이 감정을 움직이고, 건물이 사유의 매개체가 되는 방식을 탐구했다.그중에서도 ‘바람’은 그의 제주 건축에서 가장 중요한 주제다.이타미 준은 바람을 막지 않았고, 건축으로 바람을 품었다.그는 제주도라는 땅이 가진 조건을 ‘극복’하려 하지 않고,그것과 함께 ..

건축가 분석 2025.06.27

“내 기분은 역이 정한다?” – 서울 지하철역 설계와 감정의 관계

1. 매일 스쳐 지나가는 공간, 그러나 기분에는 큰 영향서울 시민의 상당수는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지하철에서의 이동과 대기에 사용한다.특히 출퇴근 시간은 고정 루틴의 일부로 반복되기 때문에, 지하철역이 주는 환경적 자극은 누적되어 심리적 영향을 미친다.우리가 특정 역에서 기분이 더 가라앉거나, 반대로 안정감을 느끼는 이유는 단순히 ‘기분 탓’이 아니다.공간의 구조와 설계, 색상, 조명, 소음, 흐름의 질서는 모두 사람의 감정에 작용하는 환경적 요인이다. 2. 실제 연구로 본 ‘공간과 감정’의 상관관계2-1. 국내 연구 사례서울연구원은 2021년 「도시 공간과 이용자의 정서 반응 연구」에서지하철 이용자 500명을 대상으로 역 환경에 따른 정서 반응을 조사했다.그 결과, ‘자연광이 없고 폐쇄감이 큰 역..

건축과 사회 2025.06.27

‘사적인 공공성’ – 왜 우리는 거실 대신 카페에 모이는가?

1. 카페, 거실보다 편한 ‘제2의 생활 공간’이 되다언젠가부터 사람들은 집보다 카페에 더 오래 머무는 삶을 살고 있다.누군가를 만나면 “우리 집으로 와”보다는 “카페에서 보자”가 자연스러운 말이 되었고,혼자 있고 싶을 때도, 조용히 책을 읽고 싶을 때도, 노트북으로 작업을 할 때도 사람들은 카페로 향한다.카페는 이제 단순한 음료 판매 공간이 아니다.대화, 휴식, 관찰, 집중, 회복… 다양한 인간 활동이 유입되는 복합적 생활 플랫폼으로 진화했다.우리가 카페를 찾는 이유는 커피 때문이 아니라, 공간의 성격 때문이다.집처럼 편안하지만, 집보다 덜 부담스럽고,공공장소이지만 너무 낯설지 않으며,관계가 시작되고 끝나는 안전한 ‘중간지대’이기 때문이다.이런 맥락에서 카페는 ‘사적인 공공성(private-public..

건축과 사회 2025.06.27

《오징어 게임》, 건축적 감시의 게임 – 위계는 공간으로 말한다

1. 생존 서바이벌이 아니라, 건축적 권력 게임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은 한국의 전통 어린이 놀이를 바탕으로 한 생존 게임을 통해, 경쟁과 계급, 인간 본성을 그려낸 작품이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딱지치기, 줄다리기 등 한국적 정서가 담긴 게임들이 잔혹한 현실의 장치로 재해석되며 독창적인 긴장감을 만들어낸다.하지만, 《오징어 게임》은 단순한 생존 경쟁 드라마가 아니다.이 시리즈는 각 시즌마다 수백 명의 참가자가 모여 목숨을 건 게임을 수행하며, 그 안에서 돈과 인간성, 사회 구조를 해부한다.그런데 이 모든 과정을 지켜보는 방식이 흥미롭다. 참가자는 항상 감시당하는 위치에 놓여 있으며, 진행자는 관찰자이자 통제자 역할을 한다.이러한 위계 구조는 스토리 속 인물 설정에서만 드러나는 ..

건축과 사회 2025.06.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