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과 사회

"연금은 고갈되고 집값은 치솟는다" – 한국형 리버스 주택연금 제도의 필요성

silentko2531 2025. 6. 24. 08:20

리버스 주택연금 개념에 대한 이미지, 노후에 집을 팔아 매달 돈을 받아가는 이미지

1. 국민연금 고갈과 비정상적인 자산 불균형, 정책은 왜 필요해졌는가?

한국 사회는 지금 거대한 구조적 모순 앞에 서 있다. 노후를 보장해주기로 했던 국민연금은 빠르게 고갈되고 있고, 젊은 세대는 더 이상 그 연금마저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 처했다. 1990년대 초만 해도 “국가가 노후를 책임진다”는 인식이 강했지만, 이제는 ‘2040년대 초반에 연금 기금이 소진될 수 있다’는 보도가 반복되며 국민 불신이 깊어졌다. 한편,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아파트 자산은 상상을 초월하는 가격 상승을 거듭해 왔다. 특히 베이비붐 세대 이후로 60대 이상의 고령층은 자녀세대보다 훨씬 더 큰 부동산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이런 사회적 맥락 속에서 등장한 것이 바로 ‘주택자산을 활용한 노후보장형 복지 제안’이다. 요지는 이렇다. 비싼 집을 보유한 노년층이 자신이 살던 집을 정부 혹은 공공기관에 매도하고, 다시 그 집에 전세 혹은 임차인으로 거주하면서, 매각 대금 일부를 연금처럼 나눠 받는 것이다. 즉, 집은 팔되 삶의 터전은 유지하고, 대신 정기적인 현금 흐름을 통해 생활 안정을 추구하는 방식이다. 이는 기존의 ‘역모기지’ 방식과는 다르게, 소유권을 명확히 이전하면서도 거주권을 보장받는다는 점에서 보다 현실적이고 정책적 실현 가능성이 높은 안이다.

 

2. 실효성: 고령층의 불안한 노후자산 구조에 대한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지금까지의 연금 시스템은 ‘소득 기반의 분배 시스템’이었다. 그러나 현재 65세 이상 고령자 가운데 상당수가 일정한 소득 없이 고가의 주택만을 자산으로 보유한 채 현금 흐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실은 기존 시스템이 시대에 맞지 않음을 시사한다. 예를 들어, 강남권에 25억짜리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는 70세 노인이 있다고 하자. 이 사람은 연금 수령액이 월 80만 원에 불과하고, 별다른 현금 수입이 없어 매달 병원비나 생활비 충당에 어려움을 겪는다. 하지만 자식에게 물려주려는 이유로 집을 팔지 않는다. 바로 이 지점에서 ‘정책의 개입’이 필요하다.

해당 정책은 고령층의 ‘현금 부족’을 해소하면서도 그들이 거주지를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다. 예컨대, 해당 노인이 25억짜리 집을 국가에 팔고, 월 250만 원씩 20년간 생활비를 지급받는 구조라면, 이는 단순한 자산 매각이 아닌 연금의 확장된 개념으로 작동할 수 있다. 여기에 전세권 혹은 장기 임차권을 공공이 보장해주면 주거 불안도 해소된다. 노인은 삶의 터전을 떠나지 않으면서도, 의료비·생활비·돌봄 비용을 자산에서 끌어내어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무엇보다 이는 노인 스스로의 자산을 활용한다는 점에서 세대 간 재정 갈등을 줄이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3. 실현 가능성과 장벽: 현실 정치와 심리적 저항을 넘을 수 있을까?

물론 이 정책이 실제로 실행되기 위해선 극복해야 할 장벽도 많다. 첫째, 고령층의 심리적 저항이 크다. 한국의 부모세대는 ‘집은 자식에게 물려주는 것’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따라서 소유권을 국가에 이전하는 방식은 ‘재산권 포기’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둘째, 정치적 용인도 쉽지 않다. 일부 보수적 시각에서는 ‘국가가 사유재산을 회수한다’는 인상을 주기 때문에, 정책 홍보와 사회적 합의 없이는 추진이 어렵다. 마지막으로, 실무적인 문제도 있다. 감정평가, 소유권 이전 방식, 수령 방식, 사망 시 남은 자산의 처리 등 제도 설계가 상당히 복잡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한국 사회는 부동산 자산 불균형과 고령화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정책적 필요성이 어느 때보다 커졌다. 정부 주도형 공공연금이 한계에 부딪힌 지금, 개인의 주택자산을 사회적으로 재분배 가능한 수단으로 전환하는 정책은 오히려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일부 지방자치단체나 연구기관에서는 이미 시범 운영을 위한 제도 설계를 준비 중이며, 국민연금기금의 대체안으로 ‘자산기반 연금’에 대한 관심도 점점 확대되고 있다. 결국, 국민과 정치가 이 방향을 수용할 수 있는 담론을 형성하느냐가 관건이다.

 

4. 전망: 집은 재산이 아니라 연금이 되는 시대가 올 수 있을까?

지금까지 한국 사회에서 ‘집’은 오직 투자 혹은 상속의 수단이었다. 그러나 앞으로는 ‘거주와 소득의 융합 수단’으로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국민연금이 고갈되는 시대, 물가가 오르고 자산 격차는 더 심화되는 사회에서 노후의 안전망은 더 이상 단일 연금 시스템에만 의존할 수 없다. 고령자의 자산이 사회 전체의 유동성으로 전환되고, 이를 통해 현금 흐름이 없는 노인들에게 정기적인 생활비를 지급할 수 있다면, 이는 복지 제도이자 경제정책이 될 수 있다.

이제는 ‘집을 물려주는 것’보다, ‘집을 활용해서 내 삶을 지키는 것’이 더 현명한 선택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이 필요하다. 노인은 삶의 마지막까지 스스로 선택하고, 존엄하게 살 수 있어야 한다. 국가가 그 선택을 도울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한다면, 그것은 단지 연금의 보완책이 아니라, 건강한 고령사회로 가는 전환점이 될 것이다. 집이 연금이 되는 사회, 이는 더 이상 상상이 아니라, 우리가 만들어야 할 미래다.

 

5. 마치며

필자와 같은 2030세대는 국민연금 고갈과 부동산 불균형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세대다. 이들은 부모 세대가 누린 부동산 자산 상승의 혜택은 거의 누리지 못했으며, 연금 제도에 대한 신뢰도 낮다. 그런 점에서 고령층이 스스로 자산을 활용해 연금 형태로 생활비를 확보하고, 더 이상 부동산을 상속 대상으로 고집하지 않는다면, 이는 2030세대에게 상대적인 세대 간 불평등 해소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다만 일부는 “기성세대의 자산을 또 다시 국가가 지켜주는 구조”라며 불만을 가질 수도 있다. 결국 제도의 설계가 공정성과 상호 책임을 전제로 한다면, 갈등보다는 이해와 협력의 기반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