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궁궐은 ‘왕이 머무는 집’이 아니다 – 권력이 설계한 도시적 장치서울을 걷다 보면, 뜻밖에 넓은 공간이 갑자기 열리는 순간이 있다.광화문광장 뒤로 펼쳐지는 경복궁, 한옥 지붕이 어지럽게 겹쳐진 창덕궁,정동길 끝에 자리한 덕수궁, 그리고 유난히 조용하고 낮은 담장에 둘러싸인 창경궁.이 네 곳은 모두 서울 사대문 안에 있는 ‘궁궐’이지만,같은 시대에 같은 왕이 사용한 공간이 아니다.궁궐은 단순한 ‘왕의 거처’가 아니다.궁궐은 통치 철학의 표현, 권력의 시각화, 신하와 백성을 향한 메시지다.그 구조는 지극히 계산되어 있고,그 위치는 우연히 정해지지 않았다.사대문 안에만 네 개의 궁궐이 존재했다는 것은단지 실용을 위한 중복이 아니며,정치적 유산, 철학적 갈등, 왕실의 생존 방식이 담겨 있는 결과물이다.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