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4

왜 우리는 길을 걷다가 무심코 사진을 찍게 될까? 생각을 품은 도시 풍경의 설계된 장면들(feat.유현준 교수님)

1. 스쳐 지나가던 길에서, 우리는 왜 카메라를 꺼내게 될까?일상 속의 산책길, 카페 가는 골목, 출근길의 횡단보도.우리는 아주 특별하지 않은 순간에 문득 멈춰 서서,사진을 찍고 싶다는 충동을 느낄 때가 있다.그 장면은 광고 촬영처럼 세팅되어 있지도 않고,누가 봐도 유명한 관광지가 아님에도 불구하고,그 순간만큼은 내가 도시의 한 장면 속 주인공이 된 것 같은 감정을 자극한다.왜 그럴까?그건 단순히 풍경이 예뻐서가 아니다.그 장면은 도시가 우연히 연출한 것이 아니라,때로는 아주 정교하게 ‘의도된 구도’의 결과이기 때문이다.2. 유현준 교수는 도시를 ‘연출된 무대’라고 말했다건축가이자 도시공간 이론가 유현준 교수는 그의 책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에서"도시는 무대이고, 사람은 배우다"라고 말한다.도시 공간..

건축과 사회 2025.06.28

오디움(ODIUM) – 쿠마 켄고가 설계한 ‘소리를 위한 건축’

1. 소리를 건축으로 짓는 건축가, 쿠마 켄고건축가 쿠마 켄고(Kengo Kuma)는 일본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건축가다.그는 늘 "건축은 풍경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이 말은 단순한 미학적 수사에 그치지 않는다.그의 건축은 자연에 녹아들되, 자연과 싸우지 않으며,재료 자체의 물성과 감각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존재한다.쿠마 켄고는 시멘트와 유리 같은 무기질 재료보다는나무, 돌, 흙, 종이, 직물 같은 유기적 재료를 주로 사용해왔다.그 이유는 단 하나, ‘감각이 반응하는 건축’을 만들고 싶기 때문이다.그에게 건축은 보는 것이 아니라 느끼는 것이며,공간은 이동의 흐름이 아니라 머무는 공기와 촉감으로 구성되어야 한다.그런 그의 손에서, 서울 한복판에 ‘소리의 공간’을 위한 특별한 건물이 하나 완성됐다.그곳이 바..

건축가 분석 2025.06.27

버스정류장 하나에도 철학이 있다면 – 작은 공간, 큰 의미

1. 우리는 매일 ‘작은 건축물’을 지나친다도시를 걷다 보면 누구나 한 번쯤은 잠시 멈추는 공간이 있다.바로 버스정류장이다.버스정류장은 우리의 일상에 너무도 익숙한 풍경이기 때문에,그 구조물에 대해 깊이 생각해본 사람은 많지 않다.하지만 이 작은 대기 공간에도 도시의 리듬, 사회의 감각, 건축의 철학이 스며 있다.버스정류장은 단순히 버스를 기다리는 곳이 아니다.그곳은 사람이 멈추는 공간, 도시와 접속하는 순간, 공공의 흐름을 정지시키는 장치이기도 하다.그리고 이 작고도 짧은 ‘머무름’을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한 도시가 얼마나 사람을 배려하는가가 드러나기도 한다.2. 정류장은 ‘대기’가 아니라 ‘배려’의 장소다건축가 알바 알토는 "건축은 인간의 행동을 담는 그릇이다"라고 말했다.그 말은 버스정류장처럼 작..

건축과 사회 2025.06.27

디아드 청담, 건축의 철학이 사라진 순간 – 아름다움에서 안전함으로 물러선 디자인의 아쉬움

1. 디아드 청담, 기대를 모았던 도시 건축의 상징2024년, 청담동 한복판에 들어설 새로운 건축물 ‘디아드 청담’이 **도미니크 페로(Dominique Perrault)**의 설계라는 사실이 알려졌을 때, 건축계는 조용히 술렁였다. 그는 파리 국립도서관과 베를린 올림픽 수영장, 인천의 트라이볼 등을 통해 건축을 풍경 속에 스며들게 하고, 구조와 공간의 경계를 흐릿하게 만드는 작업을 지속해 온 세계적인 건축가다. 특히 그는 **'비물질성(immateriality)'**이라는 개념을 바탕으로, 형태보다 감각, 외피보다 흐름을 중시하는 건축 철학을 실현해 왔다. 이 철학은 도시와 건축, 사용자 사이에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려는 시도로 해석할 수 있다.디아드 청담 역시 이러한 철학의 연장선에 있었다. 건물의..

건축디자인 2025.06.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