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낡은 시장 골목이 ‘일상적 문화 공간’으로 바뀌기까지서울 용산 해방촌 안에서도 ‘신흥시장’은 오랫동안 주목받지 못한 공간이었다. 해방 이후 형성된 이 시장은 실향민과 피난민들이 모여 생계를 이어가기 위해 자연발생적으로 만든 공동체였다. 신흥시장은 상가보다도 창고에 가까운 구조였고, 대부분 1층 높이의 판잣집에 슬레이트 지붕이 얹혀 있었다. 비가 새고, 천장이 낮아 낮에도 어두컴컴했던 내부는 지나가는 사람마저 발걸음을 멈추게 만들었다. 수십 년 동안 고쳐 쓴 구조물들은 외벽이 들뜨고, 전선은 얽혀 있었으며, 건물의 기능보다는 생존을 위한 공간에 가까웠다.하지만 어느 순간, 이 공간을 다시 바라보는 눈들이 생겨났다. 낡고 어두운 시장 골목이 ‘고쳐 써야 할 대상’이 아니라, ‘새롭게 해석할 수 있는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