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과 사회 9

반지하에 살면 왜 더 우울해질까? – 빛과 공간이 감정에 미치는 영향

1. 반지하, 단순히 불편한 공간일까?한국에서 ‘반지하’라는 단어는 이제 하나의 상징이 되었다.과거엔 저렴한 주거공간이었지만, 지금은 사회적 계층과 삶의 조건을 보여주는 단어가 되었다.그 인식을 결정적으로 각인시킨 건, 영화 『기생충』이었다.영화 속 반지하 가족은 비만 오면 하수구가 역류하고,창문 밖에는 담배꽁초와 사람 다리만 보인다.거기엔 빛도, 시선도, 바람도 없다.그것은 단지 경제적 어려움이 아니라,감정적으로도 갇혀 있는 공간이었다.이 질문에서 출발해보자."반지하에 살면 정말 더 우울해질까?"이는 단순한 감정 문제가 아니라,공간이 사람의 심리와 행동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여주는아주 구체적인 사례다.2. 빛, 시선, 공기의 방향 – 감정은 건축으로부터 시작된다사람의 감정은 단지 내부에서 만들어..

건축과 사회 2025.06.28

왜 우리는 길을 걷다가 무심코 사진을 찍게 될까? 생각을 품은 도시 풍경의 설계된 장면들(feat.유현준 교수님)

1. 스쳐 지나가던 길에서, 우리는 왜 카메라를 꺼내게 될까?일상 속의 산책길, 카페 가는 골목, 출근길의 횡단보도.우리는 아주 특별하지 않은 순간에 문득 멈춰 서서,사진을 찍고 싶다는 충동을 느낄 때가 있다.그 장면은 광고 촬영처럼 세팅되어 있지도 않고,누가 봐도 유명한 관광지가 아님에도 불구하고,그 순간만큼은 내가 도시의 한 장면 속 주인공이 된 것 같은 감정을 자극한다.왜 그럴까?그건 단순히 풍경이 예뻐서가 아니다.그 장면은 도시가 우연히 연출한 것이 아니라,때로는 아주 정교하게 ‘의도된 구도’의 결과이기 때문이다.2. 유현준 교수는 도시를 ‘연출된 무대’라고 말했다건축가이자 도시공간 이론가 유현준 교수는 그의 책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에서"도시는 무대이고, 사람은 배우다"라고 말한다.도시 공간..

건축과 사회 2025.06.28

버려진 건물에 사람이 모이는 이유 – 낡은 것의 미학과 건축적 장소성

1. ‘쓸모없음’이 사람을 끌어당긴다?사람은 원래 새 것을 좋아한다.깨끗한 벽, 반짝이는 유리, 최신 트렌드가 반영된 카페와 쇼핑몰.그런데 요즘 도시의 핫플레이스는 이상하다.사람들은 오히려 낡고 버려진 공간에 더 모인다.폐공장, 기차역, 창고, 옛 관공서…이제 ‘쓸모없음’이 도시의 새로운 쓸모가 되어가고 있다.이 현상은 단지 유행이 아니다.건축적으로도, 도시적으로도, 그리고 심리적으로도매우 뚜렷한 현상이며 분석 가능한 흐름이다.2. 서울 곳곳의 예시 – 버려졌던 공간에 다시 불이 켜졌다서울에는 한때 사람의 기억에서 사라졌던 공간들이 많다.그러나 몇몇은 새롭게 변했고, 낡음 그 자체로 매력이 된 공간으로 재탄생했다.2-1. 문래창작촌 – 철공소 위에 예술이 피다문래동은 원래 서울의 대표적인 금속·기계 산업..

건축과 사회 2025.06.28

버스정류장 하나에도 철학이 있다면 – 작은 공간, 큰 의미

1. 우리는 매일 ‘작은 건축물’을 지나친다도시를 걷다 보면 누구나 한 번쯤은 잠시 멈추는 공간이 있다.바로 버스정류장이다.버스정류장은 우리의 일상에 너무도 익숙한 풍경이기 때문에,그 구조물에 대해 깊이 생각해본 사람은 많지 않다.하지만 이 작은 대기 공간에도 도시의 리듬, 사회의 감각, 건축의 철학이 스며 있다.버스정류장은 단순히 버스를 기다리는 곳이 아니다.그곳은 사람이 멈추는 공간, 도시와 접속하는 순간, 공공의 흐름을 정지시키는 장치이기도 하다.그리고 이 작고도 짧은 ‘머무름’을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한 도시가 얼마나 사람을 배려하는가가 드러나기도 한다.2. 정류장은 ‘대기’가 아니라 ‘배려’의 장소다건축가 알바 알토는 "건축은 인간의 행동을 담는 그릇이다"라고 말했다.그 말은 버스정류장처럼 작..

건축과 사회 2025.06.27

“내 기분은 역이 정한다?” – 서울 지하철역 설계와 감정의 관계

1. 매일 스쳐 지나가는 공간, 그러나 기분에는 큰 영향서울 시민의 상당수는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지하철에서의 이동과 대기에 사용한다.특히 출퇴근 시간은 고정 루틴의 일부로 반복되기 때문에, 지하철역이 주는 환경적 자극은 누적되어 심리적 영향을 미친다.우리가 특정 역에서 기분이 더 가라앉거나, 반대로 안정감을 느끼는 이유는 단순히 ‘기분 탓’이 아니다.공간의 구조와 설계, 색상, 조명, 소음, 흐름의 질서는 모두 사람의 감정에 작용하는 환경적 요인이다. 2. 실제 연구로 본 ‘공간과 감정’의 상관관계2-1. 국내 연구 사례서울연구원은 2021년 「도시 공간과 이용자의 정서 반응 연구」에서지하철 이용자 500명을 대상으로 역 환경에 따른 정서 반응을 조사했다.그 결과, ‘자연광이 없고 폐쇄감이 큰 역..

건축과 사회 2025.06.27

‘사적인 공공성’ – 왜 우리는 거실 대신 카페에 모이는가?

1. 카페, 거실보다 편한 ‘제2의 생활 공간’이 되다언젠가부터 사람들은 집보다 카페에 더 오래 머무는 삶을 살고 있다.누군가를 만나면 “우리 집으로 와”보다는 “카페에서 보자”가 자연스러운 말이 되었고,혼자 있고 싶을 때도, 조용히 책을 읽고 싶을 때도, 노트북으로 작업을 할 때도 사람들은 카페로 향한다.카페는 이제 단순한 음료 판매 공간이 아니다.대화, 휴식, 관찰, 집중, 회복… 다양한 인간 활동이 유입되는 복합적 생활 플랫폼으로 진화했다.우리가 카페를 찾는 이유는 커피 때문이 아니라, 공간의 성격 때문이다.집처럼 편안하지만, 집보다 덜 부담스럽고,공공장소이지만 너무 낯설지 않으며,관계가 시작되고 끝나는 안전한 ‘중간지대’이기 때문이다.이런 맥락에서 카페는 ‘사적인 공공성(private-public..

건축과 사회 2025.06.27

《오징어 게임》, 건축적 감시의 게임 – 위계는 공간으로 말한다

1. 생존 서바이벌이 아니라, 건축적 권력 게임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은 한국의 전통 어린이 놀이를 바탕으로 한 생존 게임을 통해, 경쟁과 계급, 인간 본성을 그려낸 작품이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딱지치기, 줄다리기 등 한국적 정서가 담긴 게임들이 잔혹한 현실의 장치로 재해석되며 독창적인 긴장감을 만들어낸다.하지만, 《오징어 게임》은 단순한 생존 경쟁 드라마가 아니다.이 시리즈는 각 시즌마다 수백 명의 참가자가 모여 목숨을 건 게임을 수행하며, 그 안에서 돈과 인간성, 사회 구조를 해부한다.그런데 이 모든 과정을 지켜보는 방식이 흥미롭다. 참가자는 항상 감시당하는 위치에 놓여 있으며, 진행자는 관찰자이자 통제자 역할을 한다.이러한 위계 구조는 스토리 속 인물 설정에서만 드러나는 ..

건축과 사회 2025.06.26

하늘을 찌른 롯데타워, 도시와 호흡한 현대 GBC – 건축이 말하는 시대의 철학

1. 롯데타워, 대한민국의 수직 상징이 된 건축물서울 송파구에 우뚝 솟은 롯데월드타워(123층, 555m)는 현재 한국에서 가장 높은 건축물이며,2025년 기준 전 세계에서 여섯 번째로 높은 빌딩이다.(2025년 기준 순위: 1. 부르즈 칼리파(828m), 2. 메르데카118(678.9m), 3. 상하이타워, 4. 아브라즈 알 바이트, 5. 핑안금융센터, 6. 롯데타워)롯데타워는 단순히 높은 건물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경제력과 기술력의 상징’으로 기획된 대표 건축물이었다.그 안에는 호텔, 전망대, 오피스, 쇼핑몰, 공연장, 오피스텔까지 복합적으로 구성돼 있어현대 초고층 건축이 상업과 라이프스타일의 모든 기능을 집약한 구조로 진화했음을 보여준다.그런데 중요한 질문이 생긴다.우리는 왜 높은 건물을 지으려 ..

건축과 사회 2025.06.26

"연금은 고갈되고 집값은 치솟는다" – 한국형 리버스 주택연금 제도의 필요성

1. 국민연금 고갈과 비정상적인 자산 불균형, 정책은 왜 필요해졌는가?한국 사회는 지금 거대한 구조적 모순 앞에 서 있다. 노후를 보장해주기로 했던 국민연금은 빠르게 고갈되고 있고, 젊은 세대는 더 이상 그 연금마저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 처했다. 1990년대 초만 해도 “국가가 노후를 책임진다”는 인식이 강했지만, 이제는 ‘2040년대 초반에 연금 기금이 소진될 수 있다’는 보도가 반복되며 국민 불신이 깊어졌다. 한편,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아파트 자산은 상상을 초월하는 가격 상승을 거듭해 왔다. 특히 베이비붐 세대 이후로 60대 이상의 고령층은 자녀세대보다 훨씬 더 큰 부동산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이런 사회적 맥락 속에서 등장한 것이 바로 ‘주택자산을 활용한 노후보장형 복지 제안’이다. 요지..

건축과 사회 2025.06.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