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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표 레미콘 공장이 문화공간이 되기까지_ 서울시 건축상 대상

silentko2531 2025. 7. 16. 07:56

1. 서울 한복판의 공장이 어떻게 ‘핫플’이 되었을까?

서울 성수동 한가운데, 한강을 낀 삼표레미콘 공장이 한때 거대한 시멘트 더미와 회색 먼지로 가득했던 것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다.
사람들에게 이곳은 ‘도시의 그늘’이자, 물류와 소음, 중장비가 교차하는 공간이었다.
하지만 2024년, 이 장소는 서울시건축상 대상이라는 타이틀을 받으며
가장 주목받는 도시재생 프로젝트로 재탄생했다.

이 공장은 더 이상 단순한 시멘트 공장이 아니다.
지금의 삼표레미콘은 산업 유산을 보존하며 재해석한 복합문화공간으로,
성수동이라는 동네의 맥락과 예술·기술·건축이 만나 만들어진 도시적 실험의 상징이다.

이 변화는 단순한 리노베이션이 아니라,
도시가 ‘기억’과 ‘기능’을 어떻게 재배치하느냐에 대한 건축적 응답이었다.


2. 왜 철거하지 않았을까? – 산업 유산의 보존이라는 선택

삼표레미콘 부지는 서울의 가장 중심에 있다.
위치만 보면 고급 아파트나 대형 복합 상업시설이 들어설 법하다.
하지만 서울시는 이 공장을 없애는 대신, 살려두는 실험을 선택했다.
그 이유는 분명했다.
“도시는 과거를 지운다고 해서 새로운 것이 되지 않는다.”

레미콘 공장은 단지 낡은 건물이 아니라
서울 산업화의 흔적이었고,
강과 도시를 연결하던 물류 시스템의 일환이었다.
이를 없애면 기능은 사라지겠지만, 도시의 층위도 함께 사라지는 셈이었다.

건축가와 도시계획자들은
“이 장소가 무엇이었는지를 기억하게 하자”는 목표를 세우고,
콘크리트 사일로와 중장비 플랫폼을 그대로 남긴 채
그 안에서 예술, 기술, 지역 커뮤니티가 결합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공간을 재구성했다.

결국 삼표는 서울이라는 도시가
“지워내는 방식이 아니라, 덧붙이는 방식으로 변화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다.


3. 공간의 전환 – 콘크리트를 생산하던 공장이 감성을 생산하다

리노베이션 과정에서 가장 주목받은 것은
건물의 외관을 거의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내부의 프로그램과 동선을 완전히 재구성한 점이다.

예를 들어, 시멘트 저장소로 쓰이던 대형 사일로는
지금은 미디어 아트가 투사되는 전시 공간이 되었고,
한때 트럭이 오르내리던 경사로는 야외 공연장과 보행자 루트로 바뀌었다.

시멘트 먼지가 가득하던 작업장은
현재 성수동 로컬 브랜드의 팝업 전시장으로 활용되고 있고,
낡은 철제 구조물은 안전하게 보강된 뒤 사진 명소이자 예술 작품의 프레임이 되었다.

무엇보다 이 건물의 공간 구성은
기억을 지우지 않되, 기능은 철저히 업데이트했다는 점에서
‘리노베이션’이 아닌 ‘레이어링된 재생’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러한 설계는 건축적으로도 매우 수준 높은 작업이며,
기존 구조물을 해체하지 않고도 도시 공간을 전환시킬 수 있다는 모델로 주목받았다.


4. 성수라는 도시와의 호흡

삼표레미콘은 공간 자체도 인상적이지만,
그것이 위치한 성수라는 도시 맥락과 어떻게 연결되었는지가 더 큰 의미를 만든다.

성수동은 이미 수년 전부터 ‘서울의 브루클린’이라 불릴 만큼
젊은 감각의 브랜드, 카페, 공방, 디자인 스튜디오 등이 밀집한 동네였다.
하지만 그 중심에는 여전히 거대한 산업시설이 자리하고 있었고,
그것이 도시의 분위기를 반으로 쪼개는 역할을 했다.

이번 프로젝트는
그 단절을 연결로 바꾸는 시도였다.
삼표레미콘은 단순히 문화공간이 된 것이 아니라,
성수라는 동네가 가진 이질적인 결을 이어주는 ‘도시적 인터페이스’가 되었다.

결과적으로
이 공간은 지역 주민, 창작자, 관광객이 동시에 이용할 수 있는
복합적인 감각을 가진 장소로 거듭났고,
서울이라는 도시가 “과거를 부끄러워하지 않고 품는 방식”을 보여주는 드문 사례가 되었다.

삼표 레미콘 공장 부지

 


5. 마치며 – 산업의 흔적은 지워야 할 대상일까?

우리는 도시를 개발할 때, 낡은 것은 철거하고
새롭고 반듯한 건물로 덮는 방식에 익숙해져 있다.
하지만 삼표레미콘의 사례는 다른 방향을 제시한다.

건축은 단지 공간을 새로 짓는 일이 아니라,
시간이 쌓인 장소에 어떤 태도로 접근하느냐의 문제다.
삼표레미콘은 그 질문 앞에 섰고,
‘없애지 않고 남긴다’는 용기 있는 답을 택했다.

그래서 이 건물은 서울의 미래를 이야기하면서도,
서울의 과거를 잊지 않게 해주는 장소가 되었다.

사람들은 그곳을 걷고, 사진을 찍고, 예술을 경험하지만
그 배경엔 늘 회색의 구조물과 오래된 질감이 배경처럼 깔려 있다.

그 모든 조화는
‘기억을 기반으로 한 건축이 얼마나 설득력 있는 미래를 만들 수 있는가’에 대한
멋진 증거가 된다.